[차이나워치] 헝다, 이자 '해결' 했다지만…'시간끌기' 미봉책
[앵커]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가 어제(23일) 일부 채권 이자 지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불안은 다소 진정된 모습입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급한 불만 껐다는 평가인데요.
베이징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임광빈 특파원.
[기자]
네, 베이징입니다.
[앵커]
헝다가 내놓은 대책을 두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헝다가 해결했다고 밝힌 이자는 2억 3,200만 위안, 우리돈 425억 원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온전히 이자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 채권 보유 기관과 사적 협상을 통해 지급 시한을 미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구나 같은 날 만기가 돌아온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 우리돈 993억 원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헝다가 발행한 채권을 보유한 한 미국 투자자는 어제(23일) 헝다로부터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습니다.
다만, 계약서상에는 이자 지급 예정일로부터 30일 이내까지는 유예기간을 두고 있는데요.
헝다가 근본적인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30일 동안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돈줄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헝다는 오는 29일까지 560억 원에 달하는 이자를 또 내야 하고요.
올해 말까지는 6억 6,900만 달러, 우리돈 7900억 원에 이르는 채권 이자도 지급해야 해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이 때문에 헝다가 시간 끌기를 하더라도 결국은 파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 않습니까?
[기자]
헝다의 2대 주주인 투자회사는 이미 1조 원대 투자 손실을 감수하고 보유 중인 헝다 주식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헝다 채권 보유자들은 어제(23일) 지급되었어야 할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접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파산 수순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아직까지 중국 당국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대신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관변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대마불사'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당국이 헝다 구제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에 "헝다가 일을 질서 있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막판에 가서야 개입하도록 지시했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습니다.
헝다 사태는 '공동 부유'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통제하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헝다 구제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도 앞서 제기됐습니다.
[앵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헝다의 부동산 사업 부분을 국유화하는 방식으로 중국 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중국 은행권의 전체 자산이 45조 달러, 우리돈 5경 3200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헝다의 부채 350조 원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로 번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 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헝다의 몸집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중국의 급속한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헝다 사태가 실물 분야와 금융 분야에 걸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헝다가 부동산뿐 아니라 금융회사와 전기차, 생수 사업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벌여 놓은 만큼 협력업체의 줄도산과 이에 따른 고용불안까지 이어진다면 중국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입니다.
아울러 내년 가을 열리는 20차 당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을 꿈꾸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사회 경제적 혼란을 방관하고 있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헝다를 3개의 법인으로 나눠 핵심인 부동산 개발 부문을 국유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헝다 상황을 살펴봤고요.
다른 소식도 좀 보겠습니다.
미국 백악관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정상들 간 첫 대면회의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협의체인 쿼드의 정상들이 현지시간 24일 첫 대면 회의를 합니다.
지난 3월 화상으로 대면한 적은 있지만,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표면적인 논의 주제는 코로나19 백신과 인프라, 기술 문제 등이지만, 쿼드가 사실상 대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라는 점에서 중국을 협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5일 미국과 영국, 호주가 중국 견제를 위해 결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안보동맹 '오커스'를 출범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기도 한데요.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쿼드 정상회의를 겨냥해 "인도·태평양을 분열시키고,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세력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쿼드의 의제는 왜곡되고 편집증적인 확장으로 가득하다"면서 "미국이 쿼드를 중국 견제용 폭력집단으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쿼드 정상회의를 겨냥한 듯 오늘부터 주말 내내 미중 간 갈등의 최전선 중 하나인 남중국에에서 군사훈련을 펼치며 무력시위에 나섭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2일 유엔 총회 화상연설을 통해 "소집단과 제로섬 게임을 지양해야 한다"며 미국이 안보협의체 구성을 주도하는 것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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